깊디깊은 암갈색, 다시마라는 이름과 만나면


"모든 야채는 저마다 가장 적합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다시마라고 부를 때 혀끝에서 부드럽게 말리는 발음, 쑥갓과는 다른 깊디깊은 암갈색. 그 기품 있는 암갈색이 다시마라는 이름과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맛으로 다가와 대번에 쓰린 속을 달래준다. 

(중략)

여러 야채와 생선들이 어우러져 제맛을 내고 있는데, 다시마만 퉁퉁 불은 몰골로 국물 속에 어중간하게 떠있다. 내가 가진 바다의 맛을 모두 주었으니 제발 건져달라고 통사정하는 얼굴이다. 기꺼이 씹히지 못하고 국물맛을 내는 데만 사용되다 버려지는 다시마는 그래서 그 이름이나 맛에 비릿한 슬픔의 기운이 감돈다."


이현수, <토란> 중에서






  슬픔의 기운으로 통사정하는 얼굴을 하면서 기꺼이 바다의 맛을 모두 내어준 덕분에 우리는 깊고 시원한 맛을 매일 느끼고 있어요. 다양한 국물 요리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다시마는 한국인의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예요. 궁합이 좋지 않은 재료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 건 알려진 수많은 효능만큼이나 다시마의 강점이지요. 함께하는 것들의 맛과 향을 깨트리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을 더하고 조화롭게 깊은 맛을 내는 데 탁월하니까요.




  씹히지 못하고 버려지는 다시마만 있을까요. 두껍고 단단한 기장산 다시마를 진하게 국물 내는 용도로 사용했다면 그보다 얇은 완도산 다시마는 쌈으로 활용하기도 해요. 육수용으로 사용한 다시마를 건져내어 채썬 뒤 불린 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풍미가 다른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도 있어요. 다시마는 국물을 내고도 특유의 감칠맛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오돌오돌한 식감은 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요.





 

 묵묵히 자기의 몫을 다하는 존재는 언젠가 모두가 알아보는 법이지요. 바다 속에서는 이산화탄소 흡수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다시마가 우리의 식탁에서는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재료가 되어주고, 칼륨, 칼슘, 철 등 무기질과 각종 비타민으로 영양까지 풍부하게 챙겨주니 해조류가 낯설어 바다의 잡초라 부르던 해외에서조차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미래 먹거리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어요.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는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 이라는 기사도 썼지요.





 


여전히 비릿한 슬픔의 기운만 감도나요?